출범 1년도 안돼 네카오 뭉칫돈 유치…'웰니스 큐레이션'이 뭐길래

[스타트UP스토리]웰니스 큐레이션 플랫폼 스타트업 가지랩 김영인 대표
  • 2023.06.20 08:28
  • 김영인 가지랩 대표/사진=이기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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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인 가지랩 대표/사진=이기범 기자
"한 명씩 진료하는 것보다 더 큰 임팩트가 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김영인 대표는 연세대 의과대학에서 촉망받던 의대생이었다. 미국의사고시 시험을 합격한 후 글로벌 헬스케어기업 눔(Noom)의 의료 자문 매니저로 일하게 된 것이 계기가 돼 창업전선에 뛰어들었다.

당시 개인의 생활 양식을 토대로 맞춤형 건강관리전략을 제안하는 이른바 '웰니스'(Wellness) 서비스가 디지털 헬스케어의 한축으로 주목을 이끌던 때다. 눔의 한국·일본지사 대표직까지 역임한 김 대표는 뜻이 맞는 눔 멤버들과 함께 2022년 1월 '가지랩'이란 간판을 단 회사를 차렸다.

채소 이름이 들어간 회사명이 신선하다고 묻자 김 대표는 "디지털 웰니스 전문기업을 표방한 만큼 건강한 이미지를 불어 넣고 싶어 이 사명을 택했다"고 답했다.

개인 성향·경험·주변환경 등을 묻는 '나를 알아 GAZI' 설문을 통해 자신이 어떤 타입인지 확인하고, 이에 맞춰 무엇을 먹어야 하고 어떤 운동이 적합한지를 추천하는 '개인 맞춤형 웰니스 큐레이션'(Curation·개인에게 필요한 정보만 모아 제공하는 것)이 가지랩의 핵심 BM(비즈니스모델)이다. 출범 1년도 안돼 네이버와 카카오로부터 18억 규모의 시드 투자를 받을 정도로 이 시장 흥행 전망이 밝다.

김 대표는 "의약품·디지털 치료제는 인허가 과정 겪으며 시간·비용 소모가 큰 반면 의학 전 단계인 '웰니스' 분야는 바로 출시 가능하고 현재 국내에선 생소한 블루오션이란 점에서 이 분야를 택했다"고 했다. 이어 "100세 시대를 앞두고 건강 수명을 늘리려는 '웰에이징'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가지랩 서비스를 찾는 고객은 앞으로 더 늘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한양대와 '비알코올 지방간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 기반 유형 진단'을 실시한 뒤 맞춤형 생활습관·목표를 제시하고 그 효과성을 측정하는 공동연구도 시작했다. 여러 모로 활용도가 많고, 잠재력도 풍부해 보이는 웰니스 사업이 앞으로 우리 앞에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김 대표로부터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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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케어와 웰니스의 차이점이 뭔가.
▶쉽게 말하면 수면장애로 병원에 가 약을 처방 받는 등 의료행위가 있다면 헬스케어, 건강한 일반인이 일주일에 하루 이틀 정도 잠을 설쳐 수면에 도움이 되는 영양제를 먹거나 수면·명상 앱을 쓰면 웰니스라고 보면 된다.

해외에선 멘탈케어 프로그램을 수반한 여행이나 스마트시계, 디지털체중계 등을 이용해 몸무게를 감량하는 활동, 홈트레이닝도 디지털웰니스 영역으로 보고 있다.

-눔에선 어떤 일을 했나.
▶처음엔 의료 자문을 해주는 전문의로 활동했다. 내부에선 메디컬디렉터라고 불렀다. 7년간 근무하면서 중간에 투자를 유치하는 IR 담당자 일도 했고, 2018년엔 눔 한국지사 대표이사, 2019년엔 눔 일본지사 대표이사를 맡았다. 그러다가 2022년에 창업했다.

-눔 재직 시절 웰니스 시장은 어땠나.
▶회사에 처음 들어갔을 때 사람들이 디지털웰니스에 돈을 좀처럼 안 썼다. 무엇보다 구독서비스란 결제모델에 거부감이 컸다. 그래서 우선은 B2B(기업 간 거래)로 가야 했다. 이를테면 당뇨병 환자들이 쓸 수 있는 앱을 개발하면, 미국 병원에선 이를 처방해 줄 수 있으니까 그렇게 매출을 올렸다. 이후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사업으로 '휴먼코칭서비스'를 팔아보기로 했고, 사람들의 호응이 즉각 나타났다. 이는 앱상에 만약 식사나 운동 기록이 없으면 사람 코치가 전화 연락을 취해 "이번주 바쁘셨나"라며 계속 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시스템이다.

재작년 눔의 유료가입자가 100만명 정도였는데 지금은 더 늘었을 거다. 넷플릭스와 같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가 대중화되면서 정기결제시스템에 대한 거부감이 대폭 줄어든 것이 이유 중 하나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건강관리 앱을 구독하는 것을 망설이지 않게 됐다. 또 코로나19(COVID-19)로 비대면 의료시장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디지털웰니스 시장도 예상보다 대략 5년 정도 앞당겨진 것 같다.

-병원 취업이 아닌 창업을 결심한 계기는.
▶한국에 저희 같은 모델이 없어 기회로 봤다. 의료비가 비싼 해외에선 이미 개인 맞춤형 건강 큐레이션 서비스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어 해외수출 모델로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요즘 해외 직구로 국내에 없는 영양제를 직구로 구매하는 모습을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본다. 또 주방 식탁에 영양제를 쌓아놓고 먹는 집도 많다. 이왕 돈 쓸 거면 나에게 도움이 되는 걸 사고 싶다는 니즈가 확실해 보이지 않나. 관련 정보는 많은데 어떤게 정확한 정보인지, 어떤게 나에게 맞는 정보인지 그걸 알려주는 서비스가 나오면 잘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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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랩 콘텐츠 서비스/자료사진=가지랩
-가지랩 서비스를 소개해 달라.
▶홈페이지에서 '나만의 건강 전략 찾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상과 식단, 운동 등의 항목으로 이뤄진 설문조사를 통해 자신의 유형을 진단하는 것이다. '무기력한 피카소', '야근하는 햄릿', '칼퇴하는 데카르트', '피곤한 마를리먼로', '회식하는 돈키호테', '초조한 오드리햅번' 등 총 6가지 유형으로 나눈 후 이에 맞는 영양·운동·스트레스 관리 전략을 제공한다. 쉽게 말해 '건강업계 MBTI'라고 보면 된다.

여기에 더해 자신의 유형 진단에 맞는 웰니스 상품 추천, 건강 콘텐츠 소개, 비슷한 유형의 사람들끼리 일상의 건강정보를 공유하는 커뮤니티 등의 서비스를 추가할 계획이다. '고구마스틱·닭가슴살칩·곤약 쫀득이 등 쿠팡 다이어트 간식 베스트7'처럼 웰니스 상품을 큐레이션 해준다거나 '스테비아·에리스리톨·수크랄로스 등 대체당 종류와 칼로리'란 제목의 건강 콘텐츠, 점심에 건강식 식당을 함께 찾아가는 '웰니스 런치 클럽'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웰니스 기업들의 주타깃이 중장년층이 아닌 MZ세대(2030세대)라고 하던데.
▶테니스에 꽂힌 MZ세대 때문에 실내테니스장 붐이 일어날 정도다. 크로스핏, 등산 등 고강도 아웃도어·스포츠를 즐겨 하는 MZ세대는 건강에 대한 관심도 매우 높다. 조금 슬픈 자화상일 수 있는 데 예전처럼 취업해서 집 사고 노후를 대비하는, 이런 걸 기대하기 어려운 세대다 보니 지금 당장 인풋과 아웃풋이 분명한 걸 찾는 성향이 다른 세대보다 짙다. 그것이 건강 영역이다. 맛있는 것을 먹고, 잘 빠진 몸매에 어울리는 트렌디한 스포츠복장을 입고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과시하고 싶은 욕망이 강하다. 실제로 디지털웰니스 서비스 사용자 연령대는 30대 여성층이 가장 두텁다.

-한국시장 성패가 특히 중요하다고.
▶미국 사용자들은 좀 불편해도 그러려니 하고 쓴다. 한국 소비자들은 기준치가 높아 서비스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바로 "이거 불편하니까 환불해줘"라고 민감하게 반응한다. 돈 벌기 어려운 시장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한국에서 테스트해서 잘 되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본다. 실시간 업데이트되는 VOC(Voice Of Consumer·고객의 소리)를 듣기 가장 좋은 시장으로 꼽힌다. 한국 시장 경험치와 전략은 가까운 시장인 일본, 동남아시아 더 나아가 미국시장에 진출하는 데 유효한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다.

-최근 생성 AI(인공지능) '챗GPT'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들었다.
▶의료비가 비싸서 혹은 의사가 시간이 충분치 않아서 환자에게 못 다해준 설명을 생성 AI가 대신해 주지 않을까? 사용자가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자신의 증상을 잘 설명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이런 기대 때문이다. 그러면 환자들의 헬스케어 리터러시(문해력)도 한층 더 높아질 것이다. 반대로 환자가 평소 궁금한 것을 즉각적으로 챗GPT에게 물어볼 수도 있다. 이는 전세계 의료체계에서 굉장히 의미 있는 변화라고 할 수 있고, 웰니스 시장에 적용하면 더 나은 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다. 이미 유명의학저널에 이런 내용의 논평들이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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