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에서 서라운드 감동…로열티의 벽 깨는 '우리 소리'

[스타트UP스토리]오현오 가우디오랩 대표 "LG 이어 베트남 등 공급 추진"
  • 2020.12.14 04:30
  • 오현오 가우디오랩 대표/사진제공=가우디오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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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오 가우디오랩 대표/사진제공=가우디오랩
“음향공학 전문가로서 돌비의 아성에 도전할 방법을 찾다가 VR(가상현실)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시장에서 가능성을 엿보고 선후배들을 불러모아 2015년 창업에 나섰습니다.”

오현오 가우디오랩 대표(사진)는 최근 머니투데이와 만나 “돌비의 음향기술은 독점성이 워낙 높아 비싼 로열티에도 대체기술이 자리잡기 쉽지 않은 시장”이라며 “하드웨어 제조사에서 근무하면서 돌비 기술에 가로막혀 ‘설 땅’을 찾다가 VR시장이 열려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미국 입체음향기술기업 돌비래버러토리스는 2019회계연도 기준 매출액 12억400만달러(약 1조3689억원), 순이익 2억5520만달러(약 2817억원)를 기록한 세계 음향시장의 강자다. 음향기술 관련 신시장을 찾는 후발주자 입장에선 반드시 넘어서야 하는 경쟁사다.

국내에 음향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을 수 있는 대학교는 서울대·연세대 밖에 없었는데 이마저도 지도교수들이 전부 정년퇴임을 해서 이제는 더 이상 박사 배출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들의 마지막 제자 6명이 모여서 만든 회사가 가우디오랩이다.

특히 오 대표는 가우디오랩 창업 이전에 연세대에서 전기전자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LG전자 디지털TV연구소에서 오디오팀장으로 근무했다. 가우디오랩은 디즈니, 드림웍스 등 콘텐츠시장 강자들이 앞다퉈 VR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전망하고 창업 초기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사무실을 두고 영업활동을 펼쳤다. 그러나 VR시장의 성장속도가 기대치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2018년 초 피보팅(사업방향 전환)에 나섰다.

가우디오랩은 피보팅 초기 네이버의 의뢰를 받아 음량 평준화 기술 개발에 나섰다. 음량 평준화 기술은 소리를 재생하는 기기나 콘텐츠마다 들쭉날쭉한 음량 편차를 줄이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동영상 시청자들이 이용하는 기기가 제각각 달라도 최적의 음량으로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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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지난해부터는 LG전자의 전략 스마트폰 'V60', '벨벳’에 '스페이셜 업믹스'라는 음향 소프트웨어를 제공한다. ‘스페이셜 업믹스’는 영상이나 음악을 들을 때 스마트폰이나 이어폰에서 나오는 소리에서 공간감을 느낄 수 있도록 서라운드 음향으로 변경하는 음향기술이다.

오 대표는 “‘스페이셜 업믹스’는 돌비의 10분의1 가격으로 스마트폰 기기에 최적화한 음향을 제공한다”며 “하드웨어 제조사들이 돌비 대체재로 사용 가능한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애플이 자체 운영체제인 iOS 업데이트 이후 ‘스페이셜 업믹스’와 유사한 ‘스페이셜 오디오’(Spatial Audio) 기능을 탑재하면서 ‘스페이셜 업믹스’는 업계 표준기술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아이폰’ 신규모델과 경쟁해야 하는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들로선 ‘스페이셜 오디오’와 맞먹는 음향기술을 신규 스마트폰에 반드시 탑재해야 한다는 과제를 떠안아서다.

오 대표는 “LG전자에 이어 베트남 스마트폰 제조사 빈스마트에서도 올 2월 ‘스페이셜 업믹스’ 소프트웨어를 공급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협업 중”이라며 “내년부터는 빈스마트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가우디오랩의 음향기술이 제공되고 스마트폰 판매량에 따라 베트남향 매출도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우디오랩은 VR시대의 '총아'로 기대를 모으며 2016년 소프트뱅크벤처스, 캡스톤파트너스, 한국투자파트너스, 엘비인베스트먼트로부터 61억원 상당의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그 후 절치부심 끝에 투자사들의 기대치에 부응하는 성과를 목전에 두고 있다. 오 대표는 현재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협업 요청이 쇄도하며 내년 이후 가우디오랩이 '퀀텀점프' 성장을 일굴 것으로 자신했다.

오 대표는 "VR기기에 맞는 오디오 기술을 개발하던 당시에는 기술 라이선스 계약이 성공한 적이 없어 2018년까지 사실상 매출이 0원이었다"며 "그러나 AI(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활용해 음향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시작한지 6개월만에 매출 성과가 나오고 지난해 이미 손익분기점도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디오 기술이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하다보니 언제든 후발주자가 나올 수 있는 환경이지만 상용화 단계에 이른 기술수준을 보유한 기업은 많지 않다"며 "LG전자·빈스마트를 통해 기술 수준을 증명한 만큼 앞으로 꾸준히 글로벌 공급처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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