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테슬라·애플 출신 배터리 어벤져스 일냈다...유럽서 러브콜

[연중기획-진격의 K스타트업, 세계로!] 차세대 배터리 개발 스타트업 '그리너지' 세계 첫 파우치형 'LTO배터리' 양산 성공 북미·유럽서 주목, 연 700억원 수주 기대
  • 2022.09.18 09:00
  • 방성용 그리너지 대표와 그리너지의 LTO배터리 파우치셀. /사진=고석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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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성용 그리너지 대표와 그리너지의 LTO배터리 파우치셀. /사진=고석용 기자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 글로벌 배터리 대기업들을 제치고 돌풍을 일으키는 배터리 개발 스타트업이 있다. 리튬티타네이트(LTO) 배터리의 파우치형 양산에 세계 최초로 성공한 한국 스타트업 그리너지의 이야기다.

그리너지는 최근 미국의 한 로봇기업과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로봇에 사용될 LTO 배터리를 제공하는 내용으로 계약규모는 총 500만달러(69억원)다. 방성용 그리너지 대표는 "올해 4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양산·공급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앞서 그리너지는 네덜란드, 핀란드 등 유럽시장에서도 굵직한 계약에 잇달아 성공했다. 네덜란드에서는 한 건설장비업체와 LTO 배터리를 통한 ESS(에너지저장장치) 개발·실증을 진행하기로 했다. 개발이 완료되면 양산규모는 5년간 24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핀란드에서는 지방자치단체와 차세대 트램에 들어갈 LTO 배터리 공급 논의도 진행하고 있다. 방 대표는 "네덜란드와 핀란드까지 본격적으로 수주를 하게될 경우 전체 수주 규모는 연 700억원을 넘길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충전속도 3배·수명 7배…세계최초 파우치형 LTO배터리 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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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너지의 제조공장 /사진=그리너지
LTO 배터리는 배터리의 양극에 흑연 음극제 대신 리튬티타네이트 음극제를 사용하는 리튬 배터리의 종류다. 영하 35°C부터 400°C까지 극한 기온에서도 정상 작동하며 폭발 안전성이 높다. 충전 속도와 수명도 뛰어나다. 그리너리가 개발한 LTO 배터리는 일반적인 리튬 배터리보다 충전 속도는 3배 빠르고, 수명은 7배 길다. 특히 고위도·적도 등 극한 기후 지역이나 빠른 충전·고출력이 필요한 모빌리티 등의 분야에서 각광받고 있다.

그리너지는 LTO 배터리를 파우치형으로 양산하고 있다. 사실상 세계 최초다. LTO 배터리의 원천기술 자체는 일본 도시바가 가지고 있지만 각형 형태 외에는 제조하지 못해서다. 중국 일부 업체도 용량이 작은 원통형으로만 제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방 대표는 "LTO 배터리라는 조합을 처음 발명한 것은 아니지만 LTO 배터리의 활용도가 높아지도록 파우치형으로 설계를 개발하고 성능을 극대화시켰다"고 말했다. 그리너지의 LTO배터리의 파우치형 설계와 성능 고도화 관련 특허는 10건이 넘는다. KB인베스트먼트, 하나금융투자, 어센도벤처스 등 그리너지의 기술력과 성장가능성을 알아본 벤처투자자들은 124억원(시리즈A)을 그리너지에 투자했다.


현대차·테슬라·애플 출신 배터리 엔지니어들 의기투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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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성용 대표(앞줄 왼쪽 네 번째)와 그리너지 팀원들 /사진=그리너지
자본과 인프라도 충분하지 않은 스타트업 그리너지가 파우치형 LTO 배터리를 개발하고 시장에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배경은 창업 맴버들에게 있다. 그리너지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테슬라,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의 전기차·2차전지 분야 엔지니어들이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특히 방 대표는 현대차를 거쳐 테슬라 모델S 배터리팩 설계와 애플의 전기차 '타이탄 프로젝트' 개발을 담당해왔다.

방 대표는 "타이탄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일반적인 리튬이온전지들의 한계와 문제점(페인포인트)을 접하게 됐고 LTO 배터리가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됐다"며 "그러나 이미 일반적인 리튬이온전지 대량양산에 최적화된 배터리 대기업들은 구조적으로 LTO 배터리 개발·양산을 진행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대기업들이 고성능 LTO 배터리로 생산·충전인프라를 재편하기에는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이었다. 방 대표는 "우리는 삼성SDI나 LG이노베이션 같은 대기업이 되고 싶은 욕심은 없었다"며 "하지만 LTO 배터리로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기존 리튬이온전지의 비효율성을 극복해보자는 생각으로 뜻 맞는 엔지니어들과 창업을 하게됐다"고 설명했다.


유럽·북미 시장서 성과…"국경보다 시장 특성 찾은 게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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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너지의 주요 시장은 유럽과 북미 지역이다. 올해 예상매출은 45억원으로 이중 해외매출이 60%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내년에는 20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왜 굳이 바다 건너 해외시장에 집중하고 있을까. 방 대표는 "글로벌 시대에 시장의 국경을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답했다. 그는 "그리너지가 만드는 LTO 배터리는 내구성이 특화돼 있는 만큼 북유럽 등 혹한기 기후 국가에 진출하는 것이 필연적"이라며 "같은 맥락에서 한국이 엔지니어들의 실력이 가장 뛰어나고 파우치셀 배터리 생산설비가 가장 훌륭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창업을 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방 대표는 후배 스타트업들에게 "해외시장은 넓고 기회가 많지만 진출 자체가 목표가 돼선 곤란하다"고 조언했다. '글로벌 액셀러레이터에게 보육을 받겠다' 등을 목표로 해외에서 활동하다가 침체를 겪는 스타트업을 여럿 목격했다고도 말했다. 그는 "내 제품·서비스가 어느 나라 시장에서 더 많은 수요가 있고 이를 위해 어떻게 하겠다는 목표를 명확히 해야 성과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명확한 목표가 성과로 이어진다는 방 대표에게 그리너지의 최종 목표를 물었다. 방 대표는 "그리너지는 사람들이 더 안전하고 환경적 낭비 없이 에너지를 사용하도록 하는 게 목표"라며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기술을 더 고도화하고 더 많은 곳에서 그리너지의 LTO 배터리가 사용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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