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의 진화…'남의집' 거실로 돈버는 스타트업

[스타트UP스토리]김성용 남의집 대표 "개인공간 공유 수요 많아...오피스용 사업 확장"
  • 2020.11.11 11:07
  • 김성용 남의집 대표/사진=박계현 기자 unmb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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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용 남의집 대표/사진=박계현 기자 unmblue@
김성용 남의집 대표의 명함에는 대표라는 직책 대신 '문지기'라는 별칭이 적혀 있다. 남의집 직원들은 시소·금손·도깨비 등 직책 대신 본인이 선택한 별칭을 하나씩 갖고 있다. '취향을 나누고 싶은 집주인이 호스트가 되어 거실을 연다'는 거실 공유서비스를 운영하는 회사인만큼 직원들의 명함에서부터 취향이 드러난다.

남의집은 다른 사람의 공간이 궁금한 게스트가 입장료를 내고 3~4시간 남의집으로 놀러 가는 서비스다. 현재까지 남의집 모임은 약 500여회가 열렸으며 4000여명의 사람이 남의집 거실을 다녀갔다.

김성용 남의집 대표는 "처음엔 사업이 아니라 '집에서 노는 경험을 공유해보자'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카카오모빌리티에서 일하면서 공유경제를 접하고 창업 아이디어를 고민하던 때, 마침 아는 형과 함께 살고 있던 쉐어하우스가 눈에 들어왔다"고 덧붙였다.

1년 반 동안 주중엔 카카오모빌리티, 주말엔 남의집 프로젝트를 기획·운영하는 '투잡'을 하던 끝에, 지난해 4월 시드 투자유치와 함께 법인을 설립했다. 카카오벤처스, MYSC에서 3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김 대표는 "저 외에도 카카오에 다니는 많은 직원들이 회사에 다니면서 조용히 창업을 준비하고 실제 실행에 옮기기도 한다"며 "김범수 카카오 의장도 종종 직원들에게 '회사를 나가서 창업 전선에 뛰어들라'며 독려한다"고 말했다.

남의집 외에도 중고거래 플랫폼으로 유명세를 얻은 당근마켓, 가사도우미 서비스를 운영하는 청소연구소, VR 콘텐츠기업 어메이즈VR, 캐릭터 엔터테인먼트 기업 스튜디오오리진 등이 모두 카카오 출신 창업자가 설립한 기업이다.

남의집도 처음엔 1인 기업으로 시작했지만 카카오에 근무하는 동안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는 '인큐베이팅'을 거치면서 설립 1년여만에 직원이 10명으로 늘어났다. 처음에는 '남의집' 거실을 찾는 게스트의 입장에서 사업화를 고민했지만 자신의 집 문을 여는 '호스트'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사업의 본질을 재정의했다.

김 대표는 "'남의집'에 문을 열어주는 호스트들은 '오프라인 1인 미디어'를 꿈꾸는 사람들"이라며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집에 초청해 면대면으로 전달했을 때 교감이 가능하고 완성되는 각각의 콘텐츠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이차를 좋아하는 한 호스트는 자신의 집에 있는 다도실에 보이차를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초청해 열 차례 넘게 차회를 열었다. 그림책을 수집하는 한 독서가는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방'이라는 주제로 모임을 열고 참석자들과 함께 동화 감상을 나누기도 했다. 또 '서른살이 된 기념으로 내가 모르는 동갑들을 만나보고 싶다'는 이유로 모임을 개최한 호스트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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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트레바리', '클래스101'처럼 독서모임이나 클래스 수강 등을 사업 아이템으로 하는 스타트업들이 있지만 클럽장이나 강사가 되기 위해선 특정 자격조건이 필요하다"며 "반면 '남의집'에선 시시콜콜한 일상이 곧 콘텐츠이자 플랫폼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남의집은 내년 말까지 월 500건의 모임, 월 4000명의 게스트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내년 상반기 중에는 '남의 집'을 스터디룸이나 사무공간으로 하룻 동안 빌릴 수 있는 '남의집 오피스' 서비스도 오픈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코로나19(COVID-19)로 손님이 줄어든 에어비앤비 호스트들의 요청이 많아 지난달 3주간 시범 운영을 했다"며 "수요가 있다는 확신이 들어 정식 서비스를 준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남의집은 오프라인 기반 서비스지만, 다중이용시설이 아닌 개별 공간에서 참석자 5명 내외 모임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코로나19 이후 오히려 찾는 이들이 늘어났다.

김 대표는 "퇴근 후 3~4시간 여유가 있으면 '남의집'이라는 생경한 장소로 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점이 우리 서비스의 매력"이라며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도 입장권만 사면 들어갈 수 있지만 '남의집'은 주인이 허락하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다는 점에서 짧은 여행을 즐기기 적당한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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