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일이면 사라지는 포장재로 '대박'…샤넬도 이 기업에 줄 섰다

[스타트UP스토리]차완영 마린이노베이션 대표
  • 2023.09.24 10:10
  • 차완영 마린이노베이션 대표가 해운대 초고층 빌딩에 납품중인 자사 제품을 들어보이고 있다/사진=마린이노베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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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완영 마린이노베이션 대표가 해운대 초고층 빌딩에 납품중인 자사 제품을 들어보이고 있다/사진=마린이노베이션
"샤넬, 로레알 등 글로벌 최대 명품·뷰티기업은 물론 미국 코스모폴리탄호텔 등에서 친환경 포장 패키지와 식품 용기를 만들어 줄 수 있냐고 문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밝히기 어렵지만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일부 기업엔 이미 납품을 진행 중입니다."

우뭇가사리, 괭생이모자반 등 버려지는 해조류 부산물을 섬유화해 펄프 등 소재로 탈바꿈시킨 뒤 환경 친화적인 포장재 등을 만드는 마린이노베이션 차완영(48) 대표는 최근 미국과 유럽 출장이 잦다.

기후 위기를 극복할 '탈탄소 경제'로의 전환이 시급해졌고, 글로벌 기업들이 일제히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화하고 나서면서 다양한 제품 개발 의뢰서가 쏟아지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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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적으로 식용이 어려운 미역, 다시마의 견줄기와 뿌리는 버리거나 퇴비로 쓴다.

2019년 설립한 마린이노베이션은 이런 해조류 부산물을 가공해 쉽게 썩는 친환경 일회용 용기·포장재 등을 생산하는 스타트업이다.

실례로 이 회사가 만든 해초종이컵의 경우 한국분석시험연구원(KATR) 미세플라스틱 분석시험에서 미세플라스틱 '불검출' 인증을 받았다.

독일 표준협회 인증기관(DIN CERTCO)에선 '56일 생분해 인증'도 부여했다. 약 56일이면 흙에서 썩어 없어질 정도로 생분해성이 뛰어나다는 의미다.

차 대표는 "목재종이와 플라스틱은 원료가격이 톤당 각각 1200달러(약 159만원), 600달러(80만원)인데 반해 해조류 소재는 200달러(27만원) 정도로 비교적 값이 싸다"며 "제조공정 중 화학물질을 안 쓰는데다 생분해 기간도 목재는 6개월, 플라스틱은 500년 이상 걸리지만 해조류 소재는 56일이면 모두 썩어 사라진다"고 말했다.

마린이노베이션은 해조류 부산물 가공 및 제조 공정과 관련된 50여건의 특허를 가지고 있다. '해조류 펄프를 이용한 몰드 제조법' 등 핵심기술들은 미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해외에서도 특허를 냈다. 향후 현지 공장 구축을 위한 포석이다.

이렇게 많은 특허 덕에 각종 시상식을 휩쓸고 있다. 해양수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2021년 바다의 날' 대통령 표창을 받았고, 세계포장기구(WPO)가 개최한 '2021 월드스타 글로벌 패키징 어워드'에서도 해초계란판으로 수상했다. 지난해엔 대한민국 발명특허대전에서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상을 받은 직후 공급 계약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해초계란판을 수출, 약 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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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초계란판/사진=마린이노베이션
차 대표가 이런 BM(비즈니스모델)을 준비한 건 20년 전이다.

당시 현대차그룹 계열사 현대글로비스에서 에너지 자원을 다루는 물류파트에서 근무하며 식물성 천연자원이 향후 큰 기회가 될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고 한다.

이후 바이오매스 개발 연구를 지속하다 2019년 SK이노베이션 공모전에 입상, 5000만원의 사업화 자금을 받고 마린이노베이션을 세웠다.

차 대표는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대량생산 라인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판단, 지난해 말부터 해외 벤처캐피탈을 상대로 투자유치에 나선 상태다. 그는 "저희와 계약한 몰드 업체는 다소 영세하고 제품 제작을 의뢰하는 과정에서 기술 유출 가능성도 있어 직접 생산라인을 갖추기로 결정했다"며 "대량생산 체제를 갖추고 향후 환경규제나 탄소배출권과 같은 제도의 영향력이 커지면 친환경 제품들이 기존 플라스틱보다 훨씬 더 저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차 대표는 우리나라가 선진국보다 환경규제가 느슨하다고 지적하며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EU(유럽연합)에선 재작년에 1kg당 1만원 정도에 달하는 '플라스틱세'를 도입했다"며 "우리나라는 1000원대에 그친다. 만약 이 세금이 올라가면 플라스틱 폐기 비용이 오히려 더 비싸 친환경 제품들을 쓰려는 수요가 확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마린이노베이션은 중소벤처기업부의 기술창업 지원 프로그램 팁스(TIPS)에 선정돼 울산과학기술원(UNIST)과 함께 게 껍데기에 있는 키토산을 추출, 친환경 코팅액으로 만드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차 대표는 "해조류 부산물은 유아·여성용품, 자동차 에어컨 필터, 노트·다이어리 등 문구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며 "이런 응용 제품을 늘려 나가면서 코코넛 껍질, 왕겨, 맥주박, 커피박 등 다양한 천연 식물성 소재를 활용한 펄프화 소재 개발을 더욱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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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조류 부산물을 가공해 만든 펌프로 제작한 친환경 문구류/사진=마린이노베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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