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조원 술시장 유통혁신 바람…"가격거품 싹 걷어낼 것"

[스타트UP스토리]김상민 벨루가브루어리 대표…"공동 물류시스템 구축 비용절감"
  • 2020.10.15 06:00
  • 김상민 벨루가브루어리 대표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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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민 벨루가브루어리 대표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14조원이 넘는 국내 주류시장에서 그간 유의미하게 유통되는 주류 제품은 전체 브랜드의 5%에 불과했습니다. 그만큼 상위 특정 브랜드에 수요가 집중됐고 그로 인해 주류 도매유통도 가격경쟁에 치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제 소비자들이 다양한 주류 브랜드를 찾기 시작하면서 주류 도매유통에도 혁신이 필요한 시기라고 봅니다."

김상민 벨루가브루어리 대표는 최근 머니투데이와 만나 "그간 주류 유통은 영업 사원을 통해 일방적으로 가격정보 등이 전달되고 그로 인한 리베이트가 횡행하던 시장"이라며 "벨루가브루어리는 온라인 플랫폼으로 주류 도매유통을 중개해 상품의 가격정보, 브랜드 수급을 모두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강조했다.

벨루가브루어리는 지난해 8월 론칭한 주류 도매유통 플랫폼 '벨루가 비즈니스'를 통해 현재 4500여개의 주류 브랜드를 취급하고 있다. 1500여개에 달하는 소매상들이 이 플랫폼을 통해 주류 상품을 조달한다. 올해 연간 거래액 100억원을 목표로 했으나 코로나19(COVID-19) 영향으로 소매상들이 타격을 받으면서 목표치를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김 대표는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기간을 거치면서 거래액이 90% 이상 감소할 수밖에 없었다"며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해 주류 매출이 감소세에 접어들었지만 장기적으로는 다른 산업 분야보다는 영향을 적게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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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루가브루어리는 스타트업 중에서도 유독 규제 관련 부침이 많을 수밖에 없었던 기업이다. 2017년 창업한 회사는 지난 3년간 수제맥주 정기구독 서비스를 론칭하고 운영했다. 치즈·견과류 등 간단한 안주와 함께 희귀한 국산·수입 수제맥주 4병씩을 2주에 한 번 꼴로 배송했다.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맥주를 발굴하고, 전문 정보를 함께 제공하면서 호응을 얻었다.

맥주의 경우 온라인 주류 판매가 불법이지만 '음식에 부수해서 판매가 가능하다'는 국세청의 주류 고시를 활용한 '틈새 사업'이었다. 그러나 국세청이 '음식점에서 직접 조리한 음식만 배달하라'고 고시 조문을 바꾸면서 사업이 불가능해졌다.

김 대표는 서비스 중단 이유에 대해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고시 해석이 바뀌는 리스크를 피하고 싶었다"며 "또 기존 도매상들과 경쟁하는 플레이어가 되기보다는 시장 구조를 바꾸는데 초점을 맞추기 위해 피봇(사업전환)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중단하기는 했지만 정기배달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연간 5만병 규모의 맥주를 유통하는 경험을 해볼 수 있었다"며 "이는 주류업계 내 수제맥주 시장에는 대형마트를 넘어서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벨루가브루어리는 플랫폼 입점 고객사들을 늘리고 거래액이 목표치를 넘어서면 주류를 공동 운송·보관하는 물류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컨테이너 공간 활용이나 창고 임대 등에서 공유경제를 실현해 주류 도매유통에 들어가는 비용을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다.

김 대표는 "그간 주류회사들이 각자 창고를 쓰거나 트럭을 써서 운반하다 보니 컨테이너를 다 못 채워서 운송하거나 주류 재고가 다 팔려 공실인 경우에도 불필요한 보관 비용이 발생했다"며 "공동 물류시스템을 운영해 주류회사에는 비용절감, 소비자에는 상품가격이 할인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회사는 현재 시드 투자자인 카카오벤처스와 다른 기관투자자들을 통해 후속 투자유치를 준비하고 있다. 김 대표는 "주류 도매유통은 여전히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성격이 강한 시장"이라며 "지난 3년여간 주류 유통시장을 몸소 겪고 관계를 구축하며 뿌리를 내렸듯이 물류시스템 사업도 서두르지 않는 대신 획기적으로 시장구조를 바꿔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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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민 벨루가브루어리 대표/사진=이기범 기자 lee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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