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뇌 닮아가는 AI...그 뒤엔 17만 과외선생 플랫폼 있었다

[스타트UP스토리]박상원 딥네츄럴 대표 인터뷰
  • 2022.09.15 07:00
  • 박상원 딥네츄럴 대표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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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원 딥네츄럴 대표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과거 6년 전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결에서 완승하며 세상을 놀라게 한 알파고 같은 인공지능(AI)은 이미 우리 생활 속 깊숙이 들어와 있다. 코로나19(COVID-19) 시기 바쁜 고객서비스(CS) 직원을 대신해 문제를 해결해주는 AI 챗봇, 나만의 의상을 추천해주는 AI 디자이너 등이다.

그러나 교육받지 않은 AI는 갓난아이와 똑같다. 제 몫을 하려면 가르쳐야 한다. 예컨대 자율주행 AI라면 무엇이 도로고, 무엇이 장애물인지 배워야 한다. 사람이 직접 확인하고, 입력해야 하는 부분이다. 문제는 수십만건에 달하는 학습량이다. 몇몇 사람만으로 해결하긴 역부족이다.


17만7000명 AI 과외선생 플랫폼 '레이블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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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원 딥네츄럴 대표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AI 학습데이터 전문기업 딥네츄럴이 운영하는 크라우드소싱 플랫폼 '레이블러'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태어났다. 레이블러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AI 과외선생 플랫폼'이다. 총 17만7000명의 레이블러 회원들이 AI 학습을 위해 수십만건의 데이터를 가공한다.

박상원 딥네츄럴 대표는 "2017년 딥네츄럴을 설립할 당시만 하더라도 딥러닝 기술로 시작했지만 당시 AI 학습데이터 이른바 데이터 라벨링이 인도와 미국만큼 활성화되진 않았다"며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데이터 라벨링으로 피봇(사업전환)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방식은 이렇다. AI 엔진 개발을 원하는 기업은 딥네츄럴에 데이터 라벨링을 의뢰한다. 이때 딥네츄럴은 고객사 의뢰에 맞게 데이터 라벨링 작업 도구와 안내서를 제작한다. 이후 레이블러에 프로젝트를 올리면 작업 조건이 맞는 회원들이 참여해 크레딧을 벌 수 있다. 크레딧은 데이터 라벨링 보수로 프로젝트 난이도에 따라 차등 지급되며 현금으로 출금 가능하다.

데이터 라벨링을 할 수 있는 텍스트부터 이미지, 오디오까지 다양하다. 박 대표는 "텍스트의 경우 회의록이나 기사에서 특정 데이터를 뽑아내 단순 연산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며 이미지의 경우 운동선수들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프로젝트까지 수행 중"이라고 말했다.

2019년 데이터 라벨링을 본격 시작한 이후 기업, 정부기관, 연구소 등 83개사가 딥네츄럴의 레이블러를 이용했으며 총 계약건수는 129건이다. 박 대표는 "최근 AI 챗봇 같은 경우 각자만의 개성있는 페르소나(인격)를 입히면서 관련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상호검증 통한 꼼꼼한 관리…맞춤상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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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
딥네츄럴만의 경쟁력은 품질관리다. 데이터 라벨링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도록 다양한 장치를 마련했다. 상호 검증시스템이 대표적이다. 레이블러 회원들은 데이터 라벨링 작업을 하면서 다른 회원들이 처리한 데이터들을 검증해야 한다. 이를 통해 허수를 최대한 줄인다.

박 대표는 "수십만명의 회원들이 활동하다 보니 처리된 데이터 중에는 제대로 라벨링 되지 않은 허수들도 많다"며 "서로 이를 확인하고, 평가하는 방식으로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하나는 프라이데이를 이용한 검증 방식이다. 라벨링이 끝난 데이터를 프라이데이가 1차적으로 검수하고, 이상한 부분이 있을 경우 딥네츄럴 직원이 직접 확인하는 방식이다. 26명뿐인 딥네츄럴 직원들이 수백만건의 데이터를 확인하고 정확성을 높일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AI 컨설팅도 딥네츄럴의 경쟁력이다. 딥네츄럴은 고객사 의뢰를 받으면 일대일 기업 전담 프로젝트를 배치하고 기업 맞춤형 프로젝트를 운영한다. 이슈에 신속하기 대응하기 위해서다.


클릭 한번으로 수십만 인간지능 활용 D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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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원 딥네츄럴 대표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딥네츄럴의 대표 고객사이자 파트너는 KB금융그룹이다. 두 회사가 연을 맺은 건 2020년 KB금융그룹이 AI 사업 전담 조직 '금융AI센터'를 신설하면서다. 당시 KB금융그룹은 AI를 활용한 서비스 강화를 목표로 금융AI센터를 만들고 딥네츄럴과 학습데이터 구축 사업을 진행했다. 특히 소셜미디어 등에 노출된 금융 관련 비정형 데이터들을 학습데이터로 만드는 걸 수행했다.

기술력을 인정 받은 딥네츄럴은 올해 KB금융그룹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KB스타터스'에도 선발됐다. 현재 KB금융그룹의 스타트업 보육시설 KB이노베이션허브에 입주했다.

박 대표의 목표는 '딥네츄럴 브레인 서비스'(이하 DBS)를 구축하는 일이다. DBS란 AI에 필요한 인간의 지능을 언제 어디서나 클릭 몇번으로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고객사는 별도로 프로젝트를 의뢰할 필요없이 DBS에서 원하는 학습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박 대표는 "현재 고객사들은 원하는 학습데이터를 얻기 위해서는 데이터 라벨링 업체와 협의하고 비용을 지불하면 몇 주 혹은 몇 달 이후에나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다"며 "그러나 DBS는 고객사가 원하면 인간 지능을 바로 이용할 수 있어 데이터 수집까지도 시간이 짧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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