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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드래곤이 'USB 앨범' 대신 'LP 음반' 냈더라면

  • 조성은 기자
  • 2017.07.04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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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판과 턴테이블/사진제공=블룸버그
케이팝시대의 트렌드세터 빅뱅의 지드래곤이 지난달 USB 앨범 형식의 디지털 음원을 발표해 화두에 올랐다. 첨단 디지털 기술이 나날이 발전해 이제는 USB 앨범까지 등장한 것이다.

바로 이러한 디지털 음원이 각광받는 시대에 과거의 유물로 기억되던 LP 음반이 해외각지에서 부활의 움직임을 보이자 관련 업계가 발빠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우선 일본의 소니뮤직이 30년 만에 다시 LP 음반 생산에 나서기로 했다.

미국 공영라디오방송 NPR은 29일 소니뮤직 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가 운영하는 일본의 시즈오카현 공장에서 2018년 3월부터 LP 음반 생산을 재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1982년 LP 음반을 개발하고 판매했던 소니는 CD가 출현한 1989년부터 LP 음반 제작을 중단했었다.

사람들은 워크맨과 CD 플레이어로 LP 음반 시대가 막을 내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소니가 다시 LP 음반을 생산한다고 선언하자 다소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소니뮤직이 30년 만에 LP 음반 재생산에 나서게 된 계기는 LP 음반 인기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내에서 LP 음반 판매는 2010년부터 2016년까지 8배나 증가했다.

현재 소니뮤직은 LP 음반 시장에 뛰어들 기본 준비를 마친 상태다. 소니뮤직은 고품질의 사운드 구현을 위해 올해 2월 도쿄 스튜디오에 레코드 절삭(자르기) 장비를 설치했고, 지난해 새 버전의 턴테이블을 만들어 시장에 출시했다. 파나소닉도 턴테이블을 새롭게 시장에 내놨다.

LP 음반 판매는 미국과 영국에서도 괄목할 만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지는 올해 1월 초 영국 내 LP 음반 판매가 2016년에 처음으로 디지털 음원 판매를 앞질렀다고 보도했다.

2007년 LP 음반 마니아들이 '레코드 스토어 데이'를 연 뒤 미국 내에서도 LP 음반 판매가 급증했다.

미국 내 LP 음반 판매량은 2007년 100만장에 머물렀으나 2008년 180만장으로 판매량이 증가했고, 이후 매년 30~50%씩 판매량이 꾸준히 늘어났다. 2015년에는 LP 음반 판매량이 1억장을 돌파했다.

미국 음반판매량 조사업체 닐슨 사운드스캔(Nielsen SoundScan)에 따르면 현재 LP 음반 매출은 전체 음악 매출의 3.5%를 차지한다. 불과 10년 전 0.2%의 점유율을 보였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괄목할 만한 수치다.

미국 레코드 제조회사 레인보 레코드(Rainbo Records)의 사장인 스티브 쉘던(Steve Sheldon)은 "CD의 전성기였던 90년대에는 LP판이 전체 매출의 10%정도에 지나지 않았으나 지금은 75%를 차지하는 '주요 산업'이 됐다"며 감격했다.

쉘던에 따르면 지금 미국에서 LP판을 구하려면 선주문이 밀려 있어 최소 5개월은 기다려야 한다.

재미있는 것은 최근 10년 간 LP 음반의 붐을 일으킨 주인공들이 기성세대가 아닌 젊은 세대라는 점이다.

실제로 미국 내 LP 음반 구매자의 70%는 35세 이하 젊은이들이다. 턴테이블보다 스마트폰에, LP 음반 보다 디지털 음원에 더 익숙한 젊은 세대가 LP 음반을 찾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빠르고 편리한 인스턴트 음악에 지친 현 세대가 앨범아트, 라이너 노트(해설지)를 결들인 따듯한 아날로그 감성이 깃든 LP판을 들으며 천천히 음악을 음미하기를 원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멜론, 엠넷닷컴, 스포티파이, 판도라 같은 온라인 음원 서비스를 통해 듣고 구입하는 음악 소비 형태에 익숙해진 젊은 세대가 30여 년 전의 LP 음반을 갈망하고 있다는 사실은 상당히 흥미로운 일이다.

LP 음반의 부활은 디지털 홍수 속에 다시 꽃피는 아날로그 감성의 파급력을 보여주는 듯 하다.

이런 점에서 만약 지드래곤이 지난달 USB 앨범 대신 LP 음반을 냈더라면 더 큰 이슈를 몰고 오지 않았을까 즐거운 상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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