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기사

여성 생리컵 개발한 30대男, 그 이유가

[청년도전]<23>여성용품 헬스케어 '룬랩'(Loon Lab) 황룡 대표
  • 방윤영 기자
  • 2016.01.30 11:24



image
황룡 룬랩 대표/사진=룬랩 제공
여성들에게도 생소한 '생리컵'(menstrual cup)을 개발한 30대 미혼 남성. 그가 세계 최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킥스타터'에 자신이 개발한 여성 생리컵을 올리자 전세계 3600여명으로부터 예약 주문이 쏟아졌다. 약 16만 달러(약 1억9272만원)어치다.

헬스케어 스타트업 '룬랩'(Loon Lab)의 황룡 대표(32)가 그 주인공이다. 그가 개발한 생리컵 '룬컵'(Loon cup)은 기존의 생리컵에 센서를 달아 혈양, 색상, 주기 등을 측정해 모바일로 정보를 보내서 실시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생리컵은 기존 패드의 불편함이나 탐폰의 위험성(독성쇼크증후군) 등 기존 생리용품의 단점을 보완한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남자 셋이 모여 여성 생리용품 개발하자

"남자가 뭘 아느냐, 해봤느냐?" 황 대표가 창업 초기 생리컵을 개발한다고 하자 주위 반응은 싸늘했다. 창업 초기 멤버 3명이 모두 남자여서 시장조사에 나섰을 때도 "그게 무엇이냐", "왜 이런 걸 묻느냐"며 뜨악한 분위기였다.

킥스타터에 도전한 것은 이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고객의 반응을 파악하기 어려웠다. 국내보다는 좀 더 대중적인 해외 소비자의 반응을 얻고 싶었다. 룬랩은 지난해 10월 킥스타터에 룬컵을 선보였고 30일 만에 4900개, 2억원에 달하는 선주문을 받았다. 미국·캐나다·호주·영국 등 4개국의 소비자가 80%를 차지했다.

황 대표는 "시장 수요가 존재하는지 파악하기 어려웠는데 킥스타터를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졌다"고 털어 놓았다.

그는 헬스케어 분야 창업을 준비하다 여성의 생리 문제에 집중하게 됐다. 대안 생리용품으로 떠오른 생리컵을 주목했고 효용성을 높인 룬컵을 개발하게 됐다.

그는 여성용품에 대해 터부시하는 우리나라의 사회 분위기에 주눅 들지 않았다. 여성이 아닌 '인류 절반'의 문제로 접근했다.

황 대표는 "인류의 절반 이상이 한 달에 한 번, 인생의 절반 동안 생리 문제를 겪는다"며 "여성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문제를 혁신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기술 혁신보다 중요한 건

황 대표는 이번이 두번째 창업 도전이다. 2009년 인디음악 저작권 관리 서비스 '사이러스'를 창업, 5년 간 운영하다 서비스를 접었다.

그는 실패요인에 대해 "인디음악 시장이 곧 열릴 거라 기대하며 스스로 '혁신적'인 서비스라 생각했다"며 "수요가 충분치 않은 시장에 앞서 뛰어들었던 게 실패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때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만한 기술, 거창하고 멋있어 보이는 일만 하려 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다 우연히 '큐드럼'을 알고 깨달았다. 혁신적인 기술이 아니더라도 적정한 기술이 필요한 곳에 쓰이면 사람들에게 엄청난 효용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큐드럼은 물부족 국가인 아프리카 등에서 물을 쉽게 운반하도록 고안된 물통으로 가운데에 구멍을 뚫어 로프를 매거나 핸들을 달아 바퀴처럼 굴릴 수 있게 했다. 한 번에 물 50리터를 빠른 시간 안에 운반할 수 있어 아프리카 식수 수급 문제에 혁신을 불러왔다.

룬컵에는 소위 '최초', '최첨단' 기술이 적용된 건 없다. 하지만 생리컵에 손톱만한 센서를 넣어 여성이 겪는 생리의 고통이나 불편함을 보다 효율적으로 측정, 관리할 수 있도록 보완했다. 룬컵은 추후 센서로 생리혈을 분석해 매달 건강을 검진할 수 있도록 개발할 예정이다.

황 대표는 "생리가 불쾌한 경험이 아니라 매달 건강을 체크할 수 있는 '여성만의 특권'으로 만들어볼 생각"이라고 거대한 포부를 밝혔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