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기사

터치 아닌 음성으로 바꿨더니…디지털 격차가 사라졌다

[스타트UP스토리]재활보조공학기기 스타트업 '강한손' 김용태 대표
  • 류준영 기자
  • 2021.08.03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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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보조공학기기 스타트업 '강한손' 김용태 대표/사진=강한손
주머니 속 자판기, 스마트폰용 음성 리모컨, 휴대용 경사로, 어디에 쓰는 물건일까. 모두 장애인들을 위한 보조기기다. 재활의료·보조기기 전문 소셜벤처 '강한손'이 개발·판매하고 있다. 이 회사 대표 김용태 씨를 만난 지난달 22일은 미국 장애인법(ADA) 제정 31주년을 나흘 앞둔 날이었다. ADA는 공공서비스, 주거, 교통 등의 분야에서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장애인에게도 공평한 기회를 부여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김 대표는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ADA에 대해 설명한 뒤 "정부와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지만 정작 소비자로서 장애인이 누려야 할 권리를 찾아주는데엔 인색한 것 같다"고 지적하며 "우리와 같은 스타트업이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 비상장기업)이 된다면, 그 사회는 진정 성숙했다는 의미이자 국가 품격도 그만큼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셜벤처업계 첫 유니콘이 돼 보이겠다"는 다부진 포부를 밝혔다.

움푹 패이거나 볼록한 요철 없이 매끈하게 빠진 요즈음 디지털기기는 비장애인들이 보고 쓰기엔 좋아도 장애인들에겐 가장 원망스런 제품이다. 식당 키오스크, 은행 현금자동지급기(ATM), 자판기, 스마트폰·태블릿, 현관문의 디지털도어락 등 일상생활 전반으로 터치스크린 기술이 확산하면서 그들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특히 코로나19(COVID-19)로 사람들의 일상이 빠르게 비대면 환경에 적응해 가고 있지만 장애인들은 원하는 물건을 사고 서비스를 받기가 이전보다 더 힘들어졌다고 하소연한다.

김 대표는 시각장애인들의 이 같은 접근성 문제를 해결할 보조기기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40대 중후반, 느지막하게 창업하면서 이 사업아이템을 선택한 건 그에겐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김 대표는 이메일 등을 점자·음성으로 쓰고 듣게 해주는 점자 정보 단말기를 생산하는 '힘스(HIMS) 인터내셔널'에서 국내 영업·기획팀장, 의료기기 전문업체 셀바스헬스케어에서 영업총괄 실장을 역임한 의료·재활 보조기기 분야 베테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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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손은 상품 구성이 다양해 장애인들의 종합쇼핑몰로 불린다. 대표 상품인 '티티'는 소리 기반으로 물건 위치를 찾을 수 있는 음성 트래커를 지원한다. 자신의 물건에 태그를 달아 두면 가까이 갈수록 소리가 커져 위치를 손쉽게 알 수 있게 돕는다. 신발을 벗고 입장해야 하는 식당에서 자신의 신발을 찾지 못해 서랍을 한참 동안 더듬는 한 장애우의 모습을 목격하고 바로 개발했다고 한다. '리보'는 정확한 문장부호, 이모티콘 입력, 텍스트 편집을 손쉽게 할 수 있는 휴대용 키보드로 신용카드만 한 크기다. 'F3 경사로'는 휠체어 사용자들을 위한 이동식 경사로로 쉽게 접어서 이동할 수 있게 만들었다.

최근 목걸이 타입의 음성정보 단말기 '강한손 시냅스'도 개발 중이다. 내년께 선보일 예정이다. 이는 터치 UI(사용자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디자인 한 것으로 '스마트폰·태블릿용 음성 리모컨'으로 불린다. 예컨대 스마트폰에 관련 앱(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블루투스로 연결돼 있으면 자신이 원하는 메뉴를 음성으로 선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음성으로 문자를 적어 보내고, 반대로 수신된 문자를 들을 수 있다. 이는 음성을 텍스로 전환하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음성 제어 통제 기술 특허를 이전 받아 완성했다. 김 대표는 "ETRI에서 제품의 취지를 듣더니 무상으로 기술 이전을 해줬다"며 고마워했다.

아울러 장애인용 '홈 오토메이션' 단말기도 곧 선보일 예정이다. 이 장치는 음성으로 보일러·에어컨 등 난방기와 조명 등을 켜고 끌 수 있고, 온도가 현재 몇 도인지 등 집안 내 상태를 음성으로 안내받을 수 있다. 기존 스마트홈 시스템이 지원하는 기능과 비슷하나 모든 작동상태와 이로 인한 환경 변화를 음성으로 자세하게 알려준다는 게 차이점이다. 김 대표는 "공공임대주택이 전국에 매년 20만호씩 보급되는데 이중 장애우들을 위해 2-3만호 정도가 공급된다"면서 "이 시장을 건설사와 협업해 공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2017년 3월 설립된 강한손은 제품 라인업을 구축한 뒤 지속적인 매출 상승세를 그려가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12억원으로 전년 대비 20% 성장했다. 주로 공공구매시장(B2G)을 노려, 경영 안정성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고령화·저출산 문제로 우리나라 연간 복지 예산도 국방비만큼 늘고 있지만, 정작 노인이나 장애인들을 위한 보조기기 제품은 외국에서 수입해 쓰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기술 개발·고도화를 통해 외산 보조기기 대부분을 국산화하면 가격도 싸지고, 그만큼 국가 예산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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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위에서부터, 티티, 리보, F3경사로/사진=강한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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