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기사

'잇단 성추문' 실리콘밸리…일그러진 '우상'?

비뚤어진 성의식으로 무장한 남성 중심의 성문화에 대한 비난 여론 들끓어
  • 조성은 기자
  • 2017.07.0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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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성희롱 문제로 사임한 우버의 전 CEO 트래비스 칼라닉(Travis Kalanick)과 500 스타트업스의 전 대표 데이브 맥클루어(Dave McClure)/사진제공=블룸버그
글로벌 혁신의 산실인 실리콘밸리에서 지난 수년간 성희롱(sexual harassment)이 공공연히 자행돼 온 사실이 최근 잇달아 밝혀지면서 실리콘밸리에 만연한 남성 중심의 일그러진 성(性)문화를 비난하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남성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실리콘밸리는 페이스북, 스냅, 우버와 같은 성공적인 스타트업들을 대량으로 배출했고,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기술로 엄청난 부를 창출해왔다.

이같은 화려한 성과에 가려져 직장 내 남성이 자행하는 각종 성희롱·성폭행 등과 같은 부적절한 행실이 가벼운 해프닝 정도로 치부돼 왔고, 피해 여성들의 고통은 철저히 무시돼 왔다.

그러나 성희롱 피해 여성들이 최근 하나둘 성추행 피해 사실을 폭로하면서 실리콘밸리의 추악한 실체가 만천하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세계 최대 차량공유서비스업체 우버(Uber)의 전직 엔지니어인 수잔 파울러(Susan Fowler)는 지난 2월 자신의 블로그에 우버 재직 당시 겪었던 성희롱 경험을 낱낱이 폭로했다.

파울러는 "상사로부터 성희롱을 당한 사실을 인사부에 보고했지만 인사부 직원은 성희롱 가해자가 업무평가가 좋은데다 의도하지 않은 실수 같아 처벌하는 것이 불편하다"며 성희롱 피해사실을 회피하고 묵살했다고 밝혔다.

결국 우버의 CEO 트래비스 칼라닉(Travis Kalanick)은 지난달 사내에서 벌어진 성희롱 문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나고 말았다.

미국 최대 소개팅 주선 앱 틴더(Tinder)의 공동창업자 휘트니 울프(Whitney Wolf)도 성희롱을 당했다며 공동창업자 저스틴 마틴(Justin Martin)과 션 라드(Sean Rad)를 2015년 고소했다.

울프는 마틴이 "여성 CEO 사진이 있는 시각물은 회사를 우스꽝스럽게 보이게 한다"고 망언을 하고, 또 회사의 다른 남자 동료들은 여성 직원들을 상대로 성희롱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세계 최대 IT 기업인 애플도 2016년 9월 사내 성희롱 문제로 홍역을 치렀다.

애플의 엔지니어로 근무하던 한 여성이 조직 내에서 수차례 성적 수치심을 느낄만한 언행을 경험했다는 내용의 투서를 팀 쿡(Tim Cook) CEO에게 보냈다.

해당 여직원은 자신의 팀 남자직원들로부터 "회사에 강도가 들어 모두를 강간할 것"이라는 위협적이고 모욕적인 언사를 들었다고 밝혔다. 투서가 CEO에게 전달됐다는 소문이 회사 전체에 돌자 이내 수십명의 여직원들이 "나도 성희롱을 당한 적이 있다"며 항의하고 나섰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3일 실리콘밸리 내 IT기업들에서 24명의 여성들이 성추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털어 놨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겉으로 드러난 수치보다 실제로 더 많은 피해자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실리콘밸리의 벤처투자업계에서도 성추문 사건이 잇달아 터지며 추악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유력 벤처캐피털(VC)인 바이너리 캐피털(Binary Capital)의 공동창업자 저스틴 칼드벡(Justin Caldbeck)은 지난 6월 투자 유치를 위해 자신을 만나러온 스타트업 여성 기업인 6명을 상대로 성추행을 저질렀다.

그는 자신의 추태가 드러나자 곧바로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고 피해여성에게 직접 사과한 뒤 무기 휴직을 선언했다.

실리콘밸리의 영향력 있는 액셀러레이터 500 스타트업스(500 Startups)의 공동창업자 데이브 맥클루어(Dave McClure)도 성희롱 문제에 연루돼 이달 3일 사임하고 말았다.

뉴욕타임스가 지난 6월 "3년 전 500 스타트업스에 취업하기를 원했던 한 여성에게 맥클루어가 성적으로 부적절한 행동과 언사를 했다"고 보도하자 그는 곧바로 공개사과문을 발표하고 자신의 잘못을 시인했다.

사람들은 파울러 같은 용기 있는 여성의 폭로로 실리콘밸리의 추악한 이면이 드러나면서 실리콘밸리 내 남성 엘리트들의 비뚤어진 성의식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게 됐다며, 그동안 속으로 곪아왔던 실리콘밸리 내 남성 우월주의 성(性)문화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VC인 스케일 벤처 파트너스(Scale Venture Partners)의 공동대표 케이트 미첼(Kate Mitchell)은 "사내에서 벌어지는 성희롱 사건의 피해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히고자 하는 여성이 더 많아지면서 업계는 사내문화가 쇄신되는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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